1-1. 인권과 자유를 위한 아시아인들의 투쟁은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시민사회를 짓밟는 억압에 대항하여 투쟁하였고, 식민주의자들이 가한 정치적 압제에 대항하여 투쟁하였으며,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회복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 전개해왔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의 권리에 대한 재확인이 더욱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아시아는 급속한 변화의 시기를 경과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사회구조, 정치제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아시아의 전통적 가치들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정치권력과 경제기구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개발과 과학기술에 의해서도 위협을 받고 있다.

1-2. 특히 경제가 시장경제화되고 세계화되면서 사적 부문과 공적 부문, 국가 부문과 국제 세계간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으며, 빈곤층과 소외된 사람들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아시아 민중의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가지 가치있는 요소들을 위협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인간성을 파괴하고 있고, 시장경제가 물질 위주의 가치관을 조장하고 있으며, 아시아 민중들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공동체적 질서를 해체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 자신들의 환경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가고 있으며, 대대로 이어온 가정과 토지로부터 추방당하면서도 이에 대한 그 어떤 보호책을 갖지 못하는 공동체들도 있다. 지금 아시아 노동자들은 대대적인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 최소한의 생존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며, 항상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들의 권위와 노동법까지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1-3. 아시아의 성장은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 특정 집단이 넘쳐나는 풍요를 누리는 가운데 전면적인, 빈곤의 심화가 공존하고 있다. 다수의 아시아 민중들의 건강과 영양과 교육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끔찍한 수준에 있다. 동시에 귀중한 자원이 군비증강으로 낭비되고 있는데, 아시아는 세계 최대의 무기 구매자이다. 아시아 정부들은 생산의 증대와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해 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의 천연자원은 가장 무책임하게 고갈되고 있으며, 환경은 너무 악화되었고 그 결과 심지어 가장 부유한 층조차도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골프장 건설이 빈곤층과 소외된 계층의 보호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1-4. 아시아 민중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극단적인 민족주의, 왜곡된 이데올로기, 인종 차이, 여러 종교적 근본주의 때문에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분규와 폭력에 의해 고통받았다. 폭력은 정부와 시민 사회의 특정 집단에 의해 자행되었다. 대다수 대중들의 개인의 안전과 재산 보호, 공동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민중들이 살아온 공동체가 대규모로 해체되면서 난민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1-5. 정부는 자신들에게 엄청난 권력을 부여해왔다. 그들은 민중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법률을 제정해왔고, 외국인 회사나 단체와 공모하여 국가 자원을 약탈하였다. 부패와 족벌 체제가 만연하고 있으며, 공적이든 사적이든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많은 국가에서 권위주의는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박탈하는 국가 이데올로기로 부상하였다. 그들은 시민의 권리와 자유는 아시아의 종교적, 문화적 전통에 적합하지 않는 서구 사상이라고 비난한다. 대신에 그들은 권위주의를 위장하기 위해 "아시아적 가치"라는 허위 이론을 장려하고 있다. 세계의 주요 지역들 가운데 유독 아시아만이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지역 공통의 공식 헌장이나 지역 기구가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6.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인권이 공적으로 무시되고 경멸받는 것과 대조적으로 권리와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아시아 민중들의 자각은 커지고 있다. 아시아 민중들은 그들의 빈곤과 정치적 무기력, 그리고 자유와 권리의 부활 간에 모종의 연관이 있음을 깨닫고 있다. 그들은 정치 경제 제도가, 경제정의와 정치 참여, 그리고 책임성과 사회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선 인권과 자유의 틀 속에서 운영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또한 많은 사회 운동체들이 아시아 민중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투쟁을 수행해오고 있다.　

1-7. 인권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어떤 추상적인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니다. 인권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공정하고, 인간적이며, 애정있는 사회의 초석을 제공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는 제도는,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인권을 존중하는 제도는 우리 모두가 정책의 결정과 집행 과정에 참여하므로써 우리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며, 우리 자신의 예술적 충동을 표현할 수 있도록 준다. 인권을 존중하는 제도는 다양성을 존중한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후손과 그들이 물려받을 환경에 대해 의무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것은 우리의 제도와 정책이 갖는 가치와 정당성을 평가하는 기준이다.